헴철 vs 비헴철, 철분제 라벨만 봐도 흡수율이 달라진다
철분제를 먹다가 속이 쓰리고 변이 검어진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반대로 “이거 먹고부터 편해졌다”는 제품도 있죠.
같은 철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답은 라벨 뒷면 “원료명” 한 줄에 숨어 있습니다.
철분제는 크게 헴철과 비헴철로 나뉘고, 비헴철 안에서도 푸마르산제일철·황산제일철·비스글리시네이트처럼 종류가 갈립니다.
흡수율도, 위장 자극도, 가격도 전부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철분 원료를 전부 분해해, 어떤 상황에 어떤 원료가 맞는지까지 짚어 드리겠습니다.
철분 원료는 왜 종류가 이렇게 많을까
철이라는 원소 자체는 하나지만,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려면 다른 분자와 결합시켜야 합니다.
어떤 분자와 짝을 지었느냐에 따라 흡수 경로도, 자극도 달라지게 됩니다.
크게 세 갈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헴철(Heme Iron) — 동물의 헤모글로빈·미오글로빈에 들어있던 철. 포르피린이라는 고리 구조 안에 철이 들어있어 “그 상태 그대로” 흡수됩니다.
- 비헴철(Non-heme Iron) — 식물성 식품이나 무기염 형태의 철. 위산에 녹아 이온 상태로 흡수됩니다. 철분제의 절대다수가 여기에 속합니다.
- 신형 제형 — 리포좀·가용성 헴철처럼 흡수율이나 위장 자극을 개선하려고 최신 공법으로 가공한 형태입니다.
핵심은 “어느 경로로 장 세포에 들어가는가”입니다.
헴철은 전용 수송체(HCP1)를 통해 통째로 흡수되고, 비헴철은 DMT1이라는 다른 통로로 이온화된 철만 받아들입니다.
이 구조 차이가 흡수율 차이의 원인이에요.

헴철 — 흡수율은 높지만 “함량”은 낮은 이유
헴철은 소·돼지의 혈액(헤모글로빈)에서 추출한 원료입니다.
식약처 원료 인정 기준에 따르면 “헴철” 표기 원료는 일반적으로 철분 함량이 1% 이상입니다.
“1%?” 너무 낮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헴철 원료 자체가 포르피린 고리·단백질을 함께 가진 큰 분자라서, 원료 무게 대비 순수 철 비율은 작습니다.
대신 흡수율이 15~35%에 달해, 적은 함량으로도 실제 체내로 들어가는 양이 비헴철에 버금갈 수 있습니다.
“가용성 헴철”이라고 표기된 제품들은 용해도를 높여 흡수를 더 안정화한 형태입니다.
헴철의 가장 큰 장점은 위장 자극이 적다는 점입니다.
이온 상태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위벽에 닿아 쓰림이나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공복에 먹어도 괜찮은 케이스가 많아, 비헴철을 먹고 속이 안 좋았던 분들이 돌아가는 선택지로 많이 꼽힙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 원료가 동물성이라 채식주의자·비건에게 맞지 않습니다.
- 순수 철 함량이 낮아, 같은 효과를 내려면 원료 투입량이 많아지고 단가가 올라갑니다.
- 철 결핍성 빈혈 치료용 고용량 제품(30mg 이상)에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식품안전나라 등록 제품을 보면 “웰빙철분”처럼 헴철 + 젖산철 + 피로인산제이철을 혼합해 함량과 흡수율을 동시에 잡는 복합 원료 설계가 흔합니다.
비헴철 5종 — 라벨에서 가장 많이 보는 이름들
비헴철 철분제는 원료명이 길고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철 + 어떤 짝”의 조합입니다.
국내 제품 라벨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5종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푸마르산제일철 (Ferrous Fumarate)
국내 고함량 철분제에서 가장 흔한 원료입니다.
철 함량이 33% 이상으로 높아, 적은 양으로도 고함량(15~30mg) 제품을 만들기 수월합니다.
“맛있는철분”, “멀티플렉스철분앤엽산” 같은 식약처 등록 제품 다수의 주원료로 올라 있습니다.
흡수율은 약 15~20% 수준이며,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단, 위장 자극(속쓰림·변비·검은 변)이 나타날 수 있어 공복보다는 식후 복용이 권장됩니다.
2. 황산제일철 (Ferrous Sulfate)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쓰인 철분제이자, 빈혈 치료의 “표준”으로 불리던 원료입니다.
철 함량 20% 수준, 흡수율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값이 싸고 효과가 빠르지만, 위장 부작용 빈도가 제일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Pantopoulos(2024)가 Haematologica에 발표한 리뷰에서는 “황산제일철의 위장관 부작용이 낮은 복약 순응도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일반 건강기능식품보다 의약품(훼로바) 쪽에 주로 쓰입니다.
3. 피로인산제이철 (Ferric Pyrophosphate)
“맛있게씹어먹는철분”, “그린웨이브철분엽산”처럼 씹어먹는 제품·어린이용에 자주 쓰이는 원료입니다.
철 함량은 8% 안팎으로 낮지만, 맛이 거의 없고 위장 자극이 적어 저용량·저자극이 필요한 제품에 적합합니다.
흡수율 자체는 황산제일철보다 낮은 편이라, “치료용”보다는 “유지·보충용”이라는 성격이 뚜렷합니다.
4. 글루콘산철 (Ferrous Gluconate)
철 함량 12% 수준, 흡수율과 자극 모두 황산제일철과 푸마르산제일철의 중간 정도입니다.
위장 자극을 줄인 저용량 제품이나 임산부·노약자용 라인에 종종 사용됩니다.
5. 비스글리시네이트 (Ferrous Bisglycinate)
철 원자에 글리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두 개 붙어 있는 “킬레이트 형태”의 비헴철입니다.
다른 비헴철과 다르게 이온화되지 않은 채로 흡수가 일어나 위장 자극이 매우 적습니다.
Fischer 연구진(2023)이 Nutrition Reviews에 게재한 메타분석에서는 비스글리시네이트가 성인과 어린이 모두에서 헤모글로빈과 페리틴 수치를 의미 있게 올리며, 전통 철염 제제에 비해 부작용 빈도가 낮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글리코철”, “킬레이트 철” 같은 표기가 있는 제품들이 대체로 이 계열입니다.
리포좀 철분·리포퍼 — 신형 제형이 노리는 지점
최근 2~3년 사이 “리포퍼”, “리포좀 철분”이라는 이름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이 둘은 다른 원료가 아니라, 기존 철 원료를 “어떻게 감쌌는가”를 가리키는 제형 기술입니다.
리포좀(Liposome)은 인지질 이중막으로 만든 미세한 캡슐입니다.
이 안에 피로인산제이철 같은 철 이온을 가두면, 위산이나 장 내 다른 영양소와의 접촉이 차단됩니다.
그 결과로 얻는 이점은 세 가지입니다.
- 위벽에 직접 닿지 않아 속쓰림·메스꺼움·변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 차·커피·칼슘 등 흡수 방해 요인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 장 점막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해 흡수 효율이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Pantopoulos(2024) 리뷰에서도 “리포좀 제형을 비롯한 새 공법들이 기존 철염 제제의 가장 큰 숙제였던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단점은 가격입니다. 원료 + 리포좀 공정 단가가 더해져 일반 비헴철 제품의 2~3배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용성 헴철”은 헴철을 용해도 높은 형태로 가공해 흡수를 더 일정하게 만든 원료로, 위장 자극이 적고 식후 흡수 변동이 작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식물성 철분제”, “천연 철분제”, “유기농 철분제”라는 표현도 라벨에서 자주 보이는데, 이는 원료 분류상 대개 비스글리시네이트이거나 식물 추출물(커리잎·비트 등) 형태의 비헴철입니다.
동물성 원료를 피하고 싶은 분이나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한눈에 보는 철분 원료 비교
지금까지 본 원료들을 흡수율·자극·가격 기준으로 한 장에 모으면 이렇게 됩니다.
| 원료 | 계열 | 철 함량 | 흡수율 | 위장 자극 | 가격대 |
| 헴철 | 동물성 | 1% 이상 | 15~35% | 낮음 | 중~상 |
| 가용성 헴철 | 동물성(가공) | 1~5% | 15~35% | 매우 낮음 | 상 |
| 황산제일철 | 비헴철(무기염) | 20% 수준 | 10~20% | 높음 | 하 |
| 푸마르산제일철 | 비헴철(유기염) | 33% 이상 | 15~20% | 중 | 하~중 |
| 글루콘산철 | 비헴철(유기염) | 12% 수준 | 10~15% | 중 | 중 |
| 피로인산제이철 | 비헴철(3가철) | 8% 이상 | 5~10% | 낮음 | 중 |
| 비스글리시네이트 | 비헴철(킬레이트) | 20% 수준 | 20% 내외 | 매우 낮음 | 중~상 |
| 리포퍼·리포좀 철분 | 비헴철(리포좀 캡슐) | 원료별 상이 | 높은 편 | 매우 낮음 | 상 |
표를 보면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게 보이실 겁니다.
빠르게 수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함량·흡수율이 높은 푸마르산제일철이나 비스글리시네이트, 위장이 약한 분이라면 헴철·리포좀·피로인산제이철, 비용이 중요하다면 황산제일철이나 푸마르산제일철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표를 상황별로 다시 풀면 선택이 한결 쉬워집니다.
| 상황 | 1순위 원료 | 체크포인트 |
| 빈혈 수치가 낮고 빠른 회복이 필요 | 푸마르산제일철·비스글리시네이트 | 고용량(20~30mg), 식후 복용 |
| 철분제만 먹으면 속이 쓰리고 메스껍다 | 비스글리시네이트·리포좀·헴철 | 킬레이트/리포좀 표기 확인 |
| 변비가 심해서 계속 못 먹는다 | 비스글리시네이트·리포좀 | 이온화 철 회피가 관건 |
| 임산부 보충용 (저~중용량) | 비스글리시네이트·헴철 복합 | 엽산 배합 여부 함께 보기 |
| 아이가 씹어먹는 제품 | 피로인산제이철 | 저자극·기호성 중심 |
| 채식·비건 | 식물성 비스글리시네이트·리포좀 | 동물성 원료(헴철·젖산철) 제외 |
| 가격 우선, 위장 괜찮음 | 푸마르산제일철 | 복용 타이밍만 지키면 가성비 최고 |
주의 하나. 같은 “비헴철 철분제”라도 제품 한 알에 들어있는 실제 철 함량(mg)과 원료 종류는 반드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라벨의 “철 18mg”이라는 숫자는 같지만, 뒤에 푸마르산제일철이냐 비스글리시네이트냐에 따라 몸에 들어가는 양과 느끼는 불편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원료 선택만큼 중요한 복용 환경
원료를 잘 골라도, 복용 환경이 엉망이면 흡수율은 반토막 납니다.
특히 비헴철은 주변 요인에 훨씬 민감합니다.
흡수를 올리는 요인은 이렇습니다.
- 비타민C — Fe3+를 Fe2+로 환원해 DMT1 흡수를 돕습니다. 철분제에 비타민C가 함께 배합돼 있는 이유입니다.
- 공복 또는 식전 30분 — 위산 분비가 활발할 때 비헴철 용해가 잘 됩니다. 단, 자극이 심하면 식후로 바꿔야 합니다.
- 육류 단백질 소량 — “meat factor”라 불리며 비헴철 흡수를 돕습니다.
반대로 흡수를 떨어뜨리는 요인도 분명합니다.
- 차·커피의 탄닌 — 철과 결합해 흡수를 막습니다. 복용 전후 1시간은 피하세요.
- 칼슘·우유 — DMT1을 두고 흡수 경쟁이 일어납니다. 칼슘제와는 시간을 분리해야 합니다.
- 곡물의 피트산, 시금치의 옥살산 — 비헴철과 결합해 흡수를 차단합니다.
헴철이나 리포좀 철분은 이 방해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게 실제 장점입니다.
식단을 조절하기 어려운 분이라면 단가가 더 들더라도 이 제형 쪽이 “실제 몸에 들어가는 철”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헴철 비헴철, 결국 어느 게 더 좋은 건가요?
“흡수율”만 보면 헴철이 앞섭니다.
하지만 철 함량이 낮아 고용량 제품을 만들기 어렵고 가격도 높습니다.
빈혈 수치가 심하게 떨어진 경우에는 비헴철 고함량(푸마르산제일철·비스글리시네이트)이 현실적이고, 위장이 예민한 분은 헴철이나 리포좀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Q. 리포퍼와 리포좀 철분은 다른 건가요?
“리포퍼”는 브랜드에서 자주 쓰는 이름이고, 기술적으로는 리포좀 철분의 한 형태입니다.
인지질 이중막으로 철을 감싼 제형이라는 본질은 동일합니다.
라벨에서 원료명(피로인산제이철 리포좀 등)을 확인하면 어떤 철을 감쌌는지 알 수 있습니다.
Q. 식물성 철분제·천연 철분제라고 쓰인 제품은 뭐가 다른가요?
대부분 비스글리시네이트(아미노산 킬레이트) 또는 식물 추출 비헴철을 기반으로 합니다.
동물성 원료(헴철·젖산철)를 배제한 제형으로, 비건·채식주의자에게 실질적인 대안입니다.
흡수율은 킬레이트 형태라면 일반 비헴철보다 높은 편입니다.
Q. 비스글리시네이트는 정말 부작용이 적나요?
Fischer 등(2023)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헤모글로빈·페리틴 개선 효과는 전통 철제제와 비슷하거나 더 좋고, 위장 부작용 빈도는 유의하게 낮았다고 보고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무자극은 아니지만, 일반 비헴철로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다음 카드로 쓸 만한 원료입니다.
Q. 가용성 헴철은 일반 헴철과 뭐가 다른가요?
헴철을 물에 잘 녹는 형태로 가공한 원료입니다.
위 환경에 따라 생기는 흡수 변동을 줄이고, 공복·식후 어느 타이밍에서도 비교적 일정한 흡수를 보여줍니다.
다만 단가가 높아 고가 라인에 주로 사용됩니다.
참고 자료
- Fischer JAJ et al. (2023). The effects of oral ferrous bisglycinate supplementation on hemoglobin and ferritin concentrations in adults and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Nutrition Reviews
- Pantopoulos K (2024). Oral iron supplementation: new formulations, old questions. Haematologica
- Pasricha SR et al. (2021). Iron deficiency. Lancet
-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정보 (헴철, 푸마르산제일철, 피로인산제이철, 젖산철, 글루콘산철)
- 식품안전나라 건강기능식품 품목제조신고 데이터 (C003)
마무리
철분제는 라벨의 원료명 한 줄이 절반을 말해 줍니다.
헴철은 흡수가 잘 되지만 함량이 낮고, 비헴철은 함량이 높지만 자극이 더 나타날 수 있으며, 리포좀·비스글리시네이트 같은 신형은 그 중간을 메워 줍니다.
내 위장 상태·빈혈 정도·예산을 놓고 이 표를 다시 보면, 어떤 칸에 머물러야 할지가 보일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이 원료들을 기반으로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용량과 철 함량 표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어서 정리하겠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빈혈 진단이나 고용량 철분제 복용은 의사·약사와 상담 후 결정하세요.